2021. 7. 28. 21:48ㆍ취향
몇 년 전에 EBS에서 해주는 거 보다가 잤다.
뭔가............... 이름은 진짜 많이 들어봐서 기대도 좀 컸고 되게 재밌을 줄 알았는데,
영화 이름을 내가 왜 알고 있었지 싶을 정도로 초면인 얘기에다가 재미가 있는 것도 모르겠고
중간쯤 되니까 졸려서 잤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토요일에 EBS 토요영화를 보면서 술을 찐하게 먹는 루틴이 있었기 때문에
술 때문에 보다 졸려서 잤을 확률도 크다..ㅋㅋㅋㅋ 아비정전도 양주 독하게 말아서 먹다가 기절했거든.
아무튼, 넷플릭스에 요즘 핫한 영화! 이렇게 뜨길래 며칠 고민하다가 다시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보길 잘했다. 그냥 보다 잔 영화로 기억하고 넘겼다면 너무 아쉬울 뻔했네. 잘 만든 좋은 영화네요.
리플리는 소설이 원작이고, 그 소설을 바탕으로 감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알고 있었는데, 소설 원작에서부터 온 말인지 영화에서부터 온 말인지는 잘 모르겠네.
talented한 리플리의 그 talent가 뭐냐면, 한번 만난 사람은 말투와 쪼까지 소름 돋게 잘 따라 하고 서명이나 글씨를 보고 똑같이 모방할 수 있다. 모사꾼이자 모방꾼이다.
가난하고 빡빡하게 사는 자기 처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리플리는 스탠퍼드 대학생 아들을 둔 어느 부잣집 부모에게서 (이 부부는 리플리가 스탠포드 졸업생인 줄 안다.) 자기 아들을 이탈리아에서 데려와주기를 부탁받고, 그 길로 이탈리아로 날아가서 비행기 값을 포함한 여행 경비, 생활비 등을 지원받는다. 이탈리아에서 주드 로를 만난 리플리는 주드 로가 맘에 들어하는 친구가 되면서 본인이 지원받은 돈 외에도 주드 로.. 디키였나? 디키를 통해서 아버지의 용돈을 또 거하게 받으면서 탱자탱자 같이 놀러 다닌다. 세상에나..ㅋㅋ
그러다가 디키를 좋아하게 된 리플리는 둘이만 있다가 자신의 사랑이 치욕스러운 대우를 받고 자기 자신을 욕하는 디키를 참지 못하고 죽여버린다. 영화는 거기서 한번 꺾이는데, 그리고 리플리는 디키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 그렇게 짜릿할 수 없어하면서. 돈이 모자라면 아버지에게 디키의 서명과 톤을 흉내 내어 편지를 보내서 돈을 받아서 또 그 돈을 펑펑 써가며 디키인 척하고 유럽을 여행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가 들킬 거 같은 순간마다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일삼고, 필요한 경우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보통 그러면 멘탈이 무너지고 손발이 달달 떨리고 제정신으로 있지 못할 텐데 리플리는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그러고도 너무.... 잘 지낸다. 예?
나중에 디키의 약혼자 기네스 팰트로에게 네가 디키를 죽인 거라며 합리적 의심을 받지만, 그녀와 디키의 아버지까지 속이면서 뒤통수를 세게 치고 그런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피터를 만나서 행복하게살 것처럼 해놓고 그 사람마저 죽이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게 뭐냐고요?
줄거리를 줄글로 써놓으니 이런 막장에 개판이 없구만? 이래서 보다 잤나 봐..ㅋㅋ
일단 다시 보면서 놀랐던 건, 영화가 너무 아름답다는 거였다.
배경에 시작부터 사기인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름 모를 시골 바닷가에서 시작해서 로마도 갔다가 베네치아에서 끝난다. 이건 뭐 게임 끝이지. 배경이 이탈리아면 치트키지.~~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하면서 봤고, 이렇게 예쁜지 그때는 몰랐고요?
연출과 편집이 훌륭했다. 다른 장면들도 다 좋았지만 제일 마지막에 리플리가 방으로 들어와서 쭈그리고 앉으면서부터 거울에 비춘 자기를 지나 마지막으로 옷장인지 어디 문이 닫히면서 끝나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감탄이 나와서 한 세 번인가 네 번 돌려봤네.
리플리는, 그때는 생소한 개념이었을 거 같은데, 지금은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소시오패스다. 안 그래도 소시오패스 ( 사이코패스 )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는데, 싸이코패스 같기도 하고? 아무튼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 예를 들자면 거짓말, 사기, 횡령, 살인을 하는 데 있어서 리플리는 정말 안 그럴 것처럼 생겨서는 괜찮다. 너무 괜찮아함.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이 영화에서 맘에 들지 않는 전개면서도 동시에 마음에 드는 전개였던 부분도 리플리가 귀네스 팰트로(마지)와 아버지를 속이는 데 성공하고,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으면서 둘과 헤어지는 장면이었다. 못된 짓한 놈이 저렇게 잘 먹고 잘 살다니 정말 싫은데 그런 전개라서 은근히 신선하고 마음에 드는 양가감정을 느꼈음.ㅋㅋㅋ
소시오패스인가 아닌가를 처음에 의심하지 못한 건 리플리가 너무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였는데, 원작에서는 훨씬 차갑고 냉정하고 냉혹한 인물로 그려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소시오패스 즉 사이코패스인 게 설명이 됩니다. 영화에서는 너무 감정적이고 너무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런 감정들을 너무 많이 드러내서 혼선을 준 듯.
소설대로 스토리를 전개했지만 인물 설정을 다르게 하는 바람에 마지막에 자기를 사랑한다는 피터를 죽이고 와서 눈물을 흘리는 건 이해가 안 갔다. 아니 왜 죽여???????????? 왜??????????????? 그래놓고 왜 울어???? 이러면서 봤는데
너무 따뜻하고 감정을 불어넣은 캐릭터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수습을 못한 결말이 아닌가 싶다.
매끄러울려면 그런 설정들이 거세되었어야 한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디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리플리가 나오는 부분은 불편하면서도 들킬까 봐 내가 다 긴장되고 쫄리고 스릴이 넘쳤다. 어휴!
젊은 시절 머리 벗어지기 전의 주드로는 정말 핫하고 섹시하고 잘생겨서 이탈리아의 기가 막힌 풍광과 더불어서 보는 맛이 있었다.
그리고 맷 데이먼은 왜 이렇게 하자 있는 인물을 많이 한 거야? 어디 문제 있게 생겼나... 싶을 만큼.
너무 문제 있는 인물들을 많이 했었고만. 그래서 탑이 됐겠지만.
연기는 또 엄청 잘해가지고 징그럽기도 하고.. "으엑.." 이러면서 봤다.
어 좀 이상한데? 라고 느꼈던 (나만 생각한 게 아니었다. 디키도 그렇게 생각함ㅋㅋ ) 욕조씬부터 시작해서
기차에서 잠든 디키를 유리 반대편으로 바라보면서 키스하듯이 얼굴 각도를 움직였던 장면은,, 좀 징그러웠음. 윽! 이러고 봤네.
리플리가 동성애자라서가 아니라 행동들이 다 되게 헉하게 음침하게 구는 게 너무 보여서 징그러웠음.. 그리고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지. 나중에 형제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난 널 사랑하고 너도 날 사랑하잖아! 빨리 인정해! 이럴 때 진짜 무서웠음....
아! 그리고 처음에 보고 설마 했는데 진짜였던 케이트 블란쳇은 너무 아름답고 풋풋하고 반갑고 좋더라고. 케이트 언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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